엉엉 달다

이보람 | 2010.05.07 21:22 | 조회 4245 | 공감 27

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한달 전 금쪽같은 막내 아들을 군대로 보낸 부모님이 적적하진 않으실까 걱정되는 마음에

어제의 폭음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힘을 내서 고속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큰맘먹고 카네이션 바구니도 사고

나의 시골집 주변에선 찾아볼 수 없는, 크리** 의 도넛도 한 더즌이나 샀지요.

어머님이 참 좋아하시는 간식거리거든요.

두시간쯤 여유있게 터미널에 도착한터라 오랜만에 서점에가서 책구경도 하고

집에 오면 맛난 음식을 해주신다는 어머님의 말에 고픈 배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세상에나, 고터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건 처음봤습니다.

한 이십분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마침내 제 차례가 왔을때,

우리 동네로 가는 버스는 이미 매진된지 오래라는 말을 들었죠.

네, 그래요. 전 집에 갈 수 없었어요.

보통때 같았으면 쿨하게, '안가'하고 말았겠지만 이상하게 너무너무 서럽고 억울하더군요.

어머님께 전화해서 못갈것 같다고했더니 괜찮다는 목소리엔 서운함이 가득하더군요.

결국 쓸쓸하게 자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손에는 예쁜 꽃바구니와 12개의 도넛을 들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울어버렸어요.

몸은 힘들고, 집에는 가고 싶고,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한데 뒤섞여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짜게 식은 방바닥에 앉아

열두개 중 여섯개의 도넛을 한자리에서 먹어버렸습니다.

당쇼크가 오는 줄 알았죠.

세상에서 이렇게 슬픈 단맛을 또 없을거에요.

이제 한 반년은 도넛생각이 안나겠어요.


방금 통화한 어머님은 오랜만에 집에 온 언니랑 맛난 저녁을 드셨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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