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캐서린 | 2010.04.22 14:46 | 조회 7151 | 공감 24

아무도 없는 바다 맨 밑바닥에서 모닥불을 켜놓고 놀았다
차갑고 깜깜해서 모닥불 가까이에 대고 두 손바닥을 고이 내밀었다
하지만 손을 아무리 마주비벼도 불의 온기는 거기에 닿기도 전에 사그라진다

이윽고 거대해파리와 이름모를 생명체들이 내 주위에 몰려든다
이게 뭐지?, 라는 표정(항상 그런 표정이겠지만)으로 고래 한마리가
모닥불 주위를 휘청거리며 맴돌고, 해파리는 우리 주변을
갓씌우듯 올라 앉았다

그런 꿈을 꾸고 있는데 자명종 소리가 울린다

나는 나갈채비를 한다
옷을 아무렇게나 꿰차입고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은 또다른 심해와 같은 고요함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책상 앞에 설치된 형광등을 켜자 모닥불과는 다른 색깔의 빛이 손에 와닿는다

정말이지, 행복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흐리멍텅한 색이다

옛날옛적 인간의 조상들은 왜 물에서 튀어나온것일까
계속 물 속에서 살았더라면 지금쯤 인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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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 캐서린 7152 2010.04.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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