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정오, 톰
사실 그동안 정말 슬펐어요. 영국까지 왔는데 라디오헤드 한 번 못보고 가나 싶어서. 공연이 잡혔지만 레딩과 리즈 페스티벌 뿐이었고, 그 때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기에 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톰이 스페셜 게스트로 일요일에 Latitude 페스티벌에 나온다네요. 하루에 60파운드 하는 표를, 오로지 톰만 생각하고 덜컹 사버리고,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다녀온 Latitude가 그저께였어요.
12시에 톰 공연이 시작인데, 캠프 사이트에 떨어진 건 11시 20분, 내려서 정말 미친듯이 뛰고 막 오기 시작한 비를 맞으면서 뛰어서 뛰어서 공연장에 도착했어요. 가득했던 사람들.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만 자켓에 파란 폴로 티셔츠를 입은 톰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마구 소리를 질렀지요, 그러니까 톰은 "Shhhhhhh.... There's people sleeping."이라더니 'The Eraser'를 시작했어요.
멘트나 하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기분이 좋아보이더라고요. 앞자리에 있는 관객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농담도 하고. 노래 한 곡 끝나고 "I'll be your bitch"라고 하길래 전 "Yes, please"를 외쳤어요. 연신 고개를 흔들면서 기타치고, 피아노를 치는 그 사람을 보는 내내 알아 듣지도 못할 "사랑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네요, 푸하하하하하하ㅏㅎ하.
솔로 앨범에 있는 노래만 할 줄 알았는데, 라디오헤드 노래도 불러서 저는 황송했지요. 톰 혼자 나왔는데 그거만으로도 무대가 꽉찬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True Love Waits'가 마지막 곡이었어요. 그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해봤는데.
일요일의 셋 리스트,
The Eraser
Weird Fishes/Arpeggi
Atoms For Peace
Harrowdown Hill
Follow Me Around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The Present Tense(새 노래 - http://www.youtube.com/watch?v=bmbg3Z0x6jQ&NR=1 ; 보는 걸 멈출 수가 없네요ㅜㅠ)
Cymbal Rush
Black Swan
Videotape
There There
True Love Waits
+ 공연 끝나고 맥주 사러 바에 갔는데, 아침에 오는 길에 셔틀 버스에서 만났던 남자가 있었어요. 올 때는 라디오헤드 In Rainbows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때는 벗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배 쪽에 문신이 Meeting People is Easy DVD 커버에 있는 악수하는 까만색 막대기 사람 두 명(...-.-)이더군요! 그 주변에는 Karma Police 가사를 적어놨고(for a minute there, i lost myself). 그리고 손목에는 Amnesiac 앨범에 있는 미노가 있었고. 그거 보고 친구랑 저는 정말 감탄을 했지요, 알 수 없는 경외감까지 들고. 그래서 우리도 뭔가를 해볼까! 브레인스토밍을 해 본 결과 나온 건, Kid A 앨범에 있는 곰.
++ 찾아보니 이미 많더군요 -_- http://www.brooklynvegan.com/img/music/radioheadtatto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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