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은 토요일 밤.

나나 | 2009.05.24 07:02 | 조회 6251 | 공감 51
 
 
어제 옥스포드에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왔어요.
글라스톤베리 티켓의 배송 주소를 런던으로 미처 바꾸지 못해서 거기까지 티켓을 받으러 갔는데,
분명히 도착했다 해놓고 글쎄, 없다네요. 뭐 어떡하겠어요.
친했던 사람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이나 왕창 마시다가 아는 언니네 집에 가서 잤죠, 아침에 이사한다길래 이사도 도와줄겸.
그러다 아침 7시 반 쯤이었을거에요, 꿈까지 꾸며 잘 자고 있는데 언니 전화 통화가 들렸어요. '노무현이 자살했다'는. 그래서 깜짝 놀라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언니한테 물었어요. '언니, 한국 전 대통령 말하는 거 맞아요?' 맞다네요, 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네요. 마음이 이상했어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이내 해가 떴고, 여자 둘이서 버스를 3번 왕복하면서 짐을 모조리 옮겼고, 밥을 먹고, 햇빛 내리 쬐는 공원에 앉아서 맥주 한 잔 씩 마시고, 런던으로 돌아왔어요. 방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침대에 던지다시피 벗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졌어요. 그리고 그 때 부터 지금까지 그치질 않고요. 난 지금 정말 피곤해서 딱 쓰러지기 전인데, 잠이 오질 않네요. sigur ros의 vaka를 진혼곡인 양 계속 들으며, 며칠 전 친구랑 같이 마시다 남긴 위스키 반 병을 혼자 비우고 있어요. 이걸 다 마시면 잠들 수 있을까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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