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기타

거의 책 선반으로 쓰고 있는 피아노를

위에 책들을 들어내고 (한참이 걸렸다 .. )

뚜껑을 열어보았다.

갑자기 왜 피아노 뚜껑을 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피아노가 참 싫었었다.

중학교때까지 겨우겨우 학원 다니다가

결국 해방되었는데,

그때는 기타가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기타는 정말로 칠게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는 엄마는 기타를 치면서 말이다.

엄마는 왜 배웠냐고 물었는데

호기로 배웠다고 했다.

그럼 나도 호기있다고 했더니, 니가 무슨 호기냐며 피아노나 계속하라고 했었다.

난 그때 피아노가 너무 싫어서

내 방에 있던 피아노를 거실로 추방했고,

그것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나중에는 팔아버리자고 졸라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니가 어른이 되면 피아노를 다시 치게될거라는 말을 했다.

(허나, 여기서 글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김빠지는 소리를 하자면
나는 절대 피아노를 다시 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때 그렇게 동경했던

기타가 대학와서 싫어진 것은 참 의외였다.

내 주위에 밴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고

너도 나도 다 기타를 메고 다니니, 이게 뭔가 .. 했었다.

동아리방에는 기타 두대가 늘 굴러다니고,

나는 사람앉을 쇼파에 기타가 앉아 있으면

주제파악 못 하고 악기주제에 쇼파에 있느냐며 화를 내고는

옆으로 밀어버리고 드러눕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기타를 치고 싶다고 하고 동경할 때마다

엄마는 그것도 한때야 .. 늙어봐라, 그런거 청승맞아 보인다.

라고 했었다.

어느날은 선배가 수업 들어갈 시간에 안 들어가고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기타치며 부르고 있었는데

청승맞다 라는 단어 외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에 나도 늙어가고 있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그리고 충격적이다. 푸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