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름다운 주식상황판

캐서린 | 2009.02.28 01:19 | 조회 6137 | 공감 58
한나절만 지나도 페이지가 넘어가던 RHK 자유게시판은
작금의 국제 경제와 발맞추어 더딘 밑바닥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깍지낀 양손 위에 턱을 슬며시 올려놓고
즐겨찾기 목록 '취미'폴더 중 위에서 두번째 줄에 위치한
RHK 사이트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움직이거나 없어지는 따위의 일은 없다

문득 뭔가가 생각나서 잽싸게 엉킨 손가락을 푼다

우연히 마주친 도둑 고양이를 어르듯
살살 마우스를 조작해 사이트를 클릭해보면
자유게시판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이럴 땐 외국인 투자자마저 절실한 상황이다

리뉴얼하면서 생긴 회원문답게시판이 오랜만에 빨갛게 빛을 발한다
보나마나 어쩔수 없는 사정때문에 매물을 급히 처리해야한다는 광고
아니면 괜찮은 상품을 추천해준다거나 같이 매매해보자는 식의 부추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선뜻 그쪽으로 커서를 옮기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마음이란게 그렇게 단칼에 정리될 수는 없는 법이다
주식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이런 말도 들어보고 저런 말도 들어봐야 돈이 남는다

다시 손을 깍지 끼고서,

생각해보면

26년 중 8년을 여기에 쏟았다
내 인생의 30프로가 이곳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되면, 전쟁기념관에 세워진 비석처럼
내 머릿속 어딘가에 기념비라도 꽂아놔야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환율은 치솟고 주식값은 떨어지며 게시판은 어둡게 그늘졌지만
그래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내 기억 속의 라디오헤드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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