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노래하며
"꿈에서 준이 돌아왔어.
준은 조용히 시트에 앉아서 담배를 꺼내 물었지.
담배꽁초를 버리고 나선 하루가 지난 석간신문을 펼쳐 들었고.
그때까지 그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1년 전이 어제처럼 가볍게만 느껴졌어.
돌아와줘서 고맙다거나, 올 줄 알았다는 식의 퉁을 놓고도 싶었지만,
그러면 그가 또다시 사라져버릴까봐 무서웠어.
사실은 사랑한다는 말을 무척이나 하고 싶었는데."
"사랑해 준. 펼친 신문을 얼굴에 덮은 채 잠에 빠진 듯한 그에게 말을 걸었어.
'나도 사랑해 윤' 하지만 가려진 그의 얼굴 사이에선
내가 기대한 대답은 끝내 나오질 않았어."
"준은 무엇으로라도 변해있을 거야.
바퀴벌레나 악어, 아니면 태평양이나 조간 신문,
오래된 책장 위의 먼지, 말라비틀어진 귤껍질이나 찢어진 벽지 조각으로도."
"꿈에서 깨어났을 땐 창문 틈으로 스며든 석양빛이 내 손등을 적시고 있었지.
되살아난 준은 붉은 색의 태양이 되어 있었어"
나는 베란다 창문을 열고서 구름 아래 가려진 태양을 눈으로 좇기 시작한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사그러질 듯 주변을 검게 어지르며 깊게 침잠한다.
세상을 온통 끌어안고 떠나가는 준.
또다시 준을 놓친 나는 그가 듣지 못하도록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언젠가는 떠오르게될 준의 대답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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