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the last vampire

생강빵과자 | 2004.06.14 17:24 | 조회 2535 | 공감 18

blood, the last vampire

어느 날 우연히 밤 11시 경에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다.

(내가 밤에 텔레비전을 본다는 것은 백만번중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일이다.) 돌리다 돌리다 볼게 없어서 투니버스를 틀었는데 마침 이 만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음침한 회색빛 배경, 지하철.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지친듯한 역무원. 종점. 당연히 영적인 분위기가 나서 나는 서둘러 채널을 돌렸다. (나는 영적인 것과 관련 되어 있는것을 정말 싫어한다. 쉽게 말하면 국산공포영화정도랄까.)



그런데 다시 돌리다 돌리다 보니 제자리로 나는 돌아와 있었고 마침 주인공인 사에가 한 늙은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처참하게 그 늙은이를 베었다.





로버트였던가, (이름이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 흔하디 흔한 이름이었다는 것 밖에는.) 사에와 연결된 남자는 그의 조수에게 많이 화를 냈다.

"그녀를 화나게 하지 마"

그녀를 화나게 만들면 남은 삶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릴정도로 그녀는 위험했던 것이었다.

사에는 그리고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청탁으로 모 외국인스쿨에 잠시 있게 된 것 같았다.



"지금 본 건 다 잊어버려!"

그렇지만 외국인스쿨의 양호선생님은 자신의 양호실 침대에 피를 잔뜩 흘리며 죽어버린, 널부러져있는 학생을 잊을 수가 없었다. 사에의 예리한 칼도. 피를 흘리며 도망간 한 마리의 뱀파이어도,

잠시 후 인간의 형태가 아닌 뱀파이어의 형태로 변해버린 양호실 침대 위의 널부러진 소녀도.



"그들은 인간의 몸으로 위장하고 있어."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많은 뱀파이어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에는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 뱀파이어들을 죽이는 역활을 하였다. 숨겨진 히어로 같은 것일까.



"감사하게 여기라고, 나는 인간을 죽일 수 없어."



"사에, 어디 가는 거지. 사에?"

로버트가 사에에게 소리쳤다. 사에는 마지막으로 죽인,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바들바들 떨고있는 뱀파이어에게 다가갔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러 가는 건가?' (끔찍하지만 나의 잔인성은 여기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아니, 내 잔인성이 아니더라도 사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소녀였다.)

뜻밖에도 사에는 자신의 피를 그 뱀파이어의 머리에 뚝,뚝,뚝 떨구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양호선생님은 그 많은 것을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1900년대 초였을려나, 1800년대 초였을려나.

근대화가 이루어진지 얼마 안 된 흑백사진에 담긴 사에의 드레스 모습.













사에는 뱀파이어였던가,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것인가?

그녀에게는 어떤 계약이 묶여져 있는 것인가? 어떤 계약이길래 그녀의 동족들을 죽이는 것인가?

사에의 팔에서 손으로 흐른 피, 그리고 그 피는 어떤 뱀파이어의 얼굴로 떨어졌다.

그것은 사에가 표현해 내지 못하는 슬픔이 분명했다.





다음은 이 만화에 대한 뉴스 중 일부이다.



지난달 말 부산 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회 부산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Fanta-ani2000)’에서는 일본의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 한 편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었다. ‘공각기동대’ ‘인랑’ 등의 제작사 프로덕션 IG가 처음 제작한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Blood,the last vampire)’. ‘로보트 카니발’ ‘노인 Z’를 연출한 기타쿠보 히로유키가 감독한 이 애니메이션은 셀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했다. 50분 길이의 작품을 만드는데 3년간의 제작기간과 45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다.

비록 한 시간도 안돼는 짧은 ‘장편’이었지만 ‘블러드,…’가 보여준 영상세계는 충격적이었다. 실사와 구별이 가지 않는 정교한 지하철 내부 묘사,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고조되는 극적 긴장감,한때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맹점으로 지적됐던 지나치게 ‘선명한’ 색상도 보이지 않았다. 포그 필터로 한차례 걸러진 듯한 습기 많은 화면은 오히려 예전의 셀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 이 작품을 보면서 시사회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이제는 표현력의 다양함과 함께 영상의 ‘깊이’까지도 갖게 됐음을 실감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뉴스는 기타쿠보의 기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 그리고 기계화에 대한 반성이 일부 담겨있다.



기억나는 것은 간단한 스토리와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던 영상이었다. (19세)

몇 가지 평범한 의혹을 남기고 끝난 만화지만, 나는 이 만화를 보고



오늘 밤은 잠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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