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면 라면이지

캐서린 | 2008.08.31 20:24 | 조회 4332 | 공감 27
캠퍼스커플
(Campus Couple : 동일한 대학교 내에서 결합된
2인에서 3인 정도로 구성되는 남녀조합) 은 참으로 유지하기 힘든 사조직이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깨뜨리고 싶어도 깨지기 힘든 게 그것이다

나는 캠퍼스커플을 경험했고
경험하다가 다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캠퍼스커플' 이란 것을 규정하기 전에 그것 역시 '커플'이고
결국엔 똑같은 연인이고 사랑인 것이므로
단어 앞에 붙는 캠퍼스엔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자위해보지만,
그래도 '커플'이란 명맥보다 '캠퍼스'에 더 신경이 쓰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대적 인간관계의 초상이다

공원 벤치에서 그녀가 조용하게 말했다
"나 제일 친한 동기한테 말했어, 우리 사귄다고"

그러한 문장이 소리로써 내 귀에 들어옴과 동시에
계약이 파기되는 소리가 들린다

"달링, 당신은 우리 계약서에 명시된 X조X항
'갑은 상대방 을 이외의 남녀에게 절대로 갑을관계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위배했어
우리는 이제 그만 헤어져야겠어, 내 손 놓고 얼른 꺼져"

문제는 그런 말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쁘고 행복해서 하늘을 뚫고
태양 가까이 다가가 누구 얼굴이 더 빨간가 내기를 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래 그럼 나도 내 동기 개똥이한테 말할게, 폭로해버릴게"

이런 식으로 최초의 견고했던 비밀은 벽돌깨기 게임처럼
일정한 리듬을 통해 하나씩 깨어진다

정들면 라면이라고 나는 말했다

어제도 우리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다가 먹었다
젓가락을 깜박해서 컵 통째로 들어다가 마시듯 음미했다
면발이 코 밑까지 닿아 기분이 이상했다
공감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2,450개(40/1123페이지)
RHkorea : 자게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1670 블랙홀 실험? [5] 이보람 4109 2008.09.10 02:24
21669 Man Vs Wild [4] Sartre 4675 2008.09.10 01:00
21668  더치페이 같은 관계 [12] 나나 4620 2008.09.09 08:24
21667 정말궁금한게있는데요.. [3] 지땡 4077 2008.09.07 21:27
21666 아레치에 구글 애드센스가. [4] 우호 4012 2008.09.07 18:15
21665 재수생 서러워요 후드티..ㅠㅠ [3] 2+2=5 4069 2008.09.07 12:13
21664 허허허 [1] 이랑씨 4088 2008.09.07 12:08
21663 번 노티스 nukie 3986 2008.09.07 00:00
21662 기프트전 [1] 이보람 4164 2008.09.06 20:45
21661 개강하니까 정신없네요 [3] 노니 4188 2008.09.06 01:09
21660 노라줘요 [7] 네눈을줘 4194 2008.09.05 20:28
21659 온라인 게임. [2] Sartre 4151 2008.09.05 08:30
21658 새벽 캐서린 4133 2008.09.03 21:20
21657 요즘 ㅡ_ㅡ [11] nukie 4064 2008.09.02 02:42
21656 옷 > < [4] 지혜 3879 2008.09.02 01:41
21655 불쌍한 조커... 불쌍한 배트맨... [2] PermanentDaylight 3849 2008.09.01 22:25
21654 내.. 사랑니.. [1] 아이시떼루 3880 2008.09.01 11:37
21653 반년쯤전부터 [4] jay 3909 2008.08.31 23:33
>> 정들면 라면이지 캐서린 4333 2008.08.31 20:24
21651 티셔츠..정말 굳...ㅋㅋ [2] 馬군 4319 2008.08.31 02:05
일반 로그인
소셜 로그인
아이디/비번 기억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글
댓글 많은 글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