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 저녁의 열차는 더디게만 흘러갔다
흙밭에 엎지른 음료수처럼
무거운 공기를 겨우 적셔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쯤엔
태양이 막 푸른 터널로 들어가는 참이었다
강빛이 물결에 튕기며 해가 지는 쪽을 향해 갔다
하루 중 가장 고귀한 시간은
해가 달이 되는 조용한 축제의 장이었다
부서지는 빛의 행렬 위에 푸른 어둠의 먼지가 쌓이는 시간
나는 그 아름다운 시간에 졸고 있었다
열차 귀퉁이 좌석에 낑겨 앉아
고개를 자맥질하는 잠의 대열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왼편엔 커다란 보따리를 안아 든 늙스구레한 할머니가,
오른편엔 얇은 옷이 다 비치도록 온통 땀을 흘리는 중년 회사원이 앉아있었다
각잡고 앉아 있어!
누가 이렇게 말한 것도 아닌데,
나는 양 무릎을 붙인채 어깨를 세우고 있었다
호흡이라도 가능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조금만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면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져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난 회사원과 할머니의 속앓이 같은 삶에 편승해
병든 닭처럼 일제히 고개만 꾸벅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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