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캐서린 | 2004.07.10 21:18 | 조회 485 | 공감 6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풀지 않은 짐이 많다.

'옛날것들'

빨간 색연필로 이렇게 휘갈겨놓은 짐꾸러미가 있어서
대충 정리 할겸 풀어봤더니,
한 눈에 봐도 낡다싶은 물건들이 한가득이었다.

망치. 유치원시절에 가지고 놀던 나무망치.

평범한 또래들처럼 3단변신 로봇이나 미니카를 거부하고
머리부분이 빨간 나무망치를 쥐었던 이유는,
손잡이 부분을 입에 물면 집앞 공터에서 매일 나와 쉬시던
백발노인의 파이프 담배와 흡사하게 변신하는 때문이었다.
그래서 망치를 제 용도에 맞게 쓰기보다는
입에 물고 애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쓰던 날이 많았다.

안쪽으로 더 뒤적거려봤더니,

에일리언이 튀어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에일리언의 모형.
그건 정확히 3편에 나오는 외계인이었다.
대머리 리플리를 입속에 입으로 위협하는 에일리언.

실제로 장난감 역시 뒤통수부분을 손으로 꾹 누르면
앞에 입이 뾱 튀어나온다. 그리고 옆구리의 스위치를 당기면
옛날에 유행하던 테크노춤을 추기시작한다.
지금 가지고 놀아도 신기신기.
옛날에, 친구와 함께 밖에 나가려던 날 붙잡던 동생에게
이 장난감을 보여주면서,

'밖에 이런 아저씨들 엄청 많아서 넌 못 와.'

라는 도무지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뻥을 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지금 시간도 다 추억으로 남을까?

하긴, 10년 전에도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애꿎은 은행나무잎을 돌멩이로 빻으면서,
'꼭 붙잡고 있어야지' 라고 다짐했었던게 기억난다.

요즘 너무 감상적이게 되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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