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

암울한생물 | 2004.07.05 14:43 | 조회 538 | 공감 11
인덕이란 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알지 못 하나
칭찬 중에서도 매우 좋은 칭찬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칭찬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너 참 착하다
라는 말이 칭찬인가 아닌가도 헷갈린다.

창찬일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 성격으로
누구누구는 어떠하다 고 정의내린 수준일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정의라고 치더라도
매우 좋은 정의에 속한다.

솔직히 들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어제 저녁 배가 무척 고팠으나
저녁에 무언가를 먹는다면

늘 내 몸을 지극정성으로 걱정하는 엄마가
좋게 보지 않을거라는 생각과 더불어

냉장고 뒤지는 일을 하다 걸리기를 수차례

결국 집에서는 아무것도 먹을수 없다는 생각하에
우산을 쓰고 무언가 찾아 먹으러 밖에 나갔다.

역시 만만한 것은 멀리가지 않고
집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떡볶이집이었고

나는 떢볶이 한접시를 시켜 먹는다.



장사하는 분은 아줌마 한분이었고
손님은 비가 오는 날이라서인지
나 혼자였다. (허나 후에 아줌마와 딸이 더 들어옴)

주인아줌마 옆에는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늘 장사하는 아줌마 옆에는 같이 얘기하면서 노는 아무 일 안 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다.
-심심함을 어디에서 풀어야할지 고민하다가 남 장사하는데 방해하고 서 있는
우리엄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아줌마다)

주인아줌마는 비빔밥을 해먹고 있었고
그 심심한 아줌마는 그 아줌마를 바라보고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주인아줌마도 밥을 한입 물고 말씀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손님이 아닌 신분의 아줌마 두 명이 더 입장한다.

그 아줌마 둘에게 주인아줌마는 같이 비빔밥을 먹자고 하셨고
그 둘중 한명은 먹겠다고,
또 다른 한명은 안 먹겠다고 한다.
먹겠다고 한 아줌마 한명에게 숟가락을 건네며
먹지 않겠다고 한 아줌마에게 호통친다

'왜 안 먹어!!!'

'응,, 배불러서'

'배불러도 좀 와서 먹어!"

정말로 뒤에 느낌표가 붙은 대화였다.
먹지 않겠다는데 왜 호통치는지 알수 없었다.
그러나 아줌마들의 세계일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초등학교 때 친구의 엄마가 차를 가지고 학교에 오셨는데
친구와 같이 집에 가는 중, 자기 아이만 태우고 가는게 싫으셨는지
차에 타라고 하셨고
난 정말로 남의 차에 타고 가는게 싫어서,
괜찮다고 했는데
뭘 부끄러워 하냐며 타라고
........타!!!!
저런 식으로 호통을 쳐서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차에 탄 적이다.
난 그때 정말 심하게 멀미를 했고 그 친구와도 사이가 안 좋았다.
운전할줄 아는 엄마를 둔 아이와 하교를 함께 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 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었다.-

내 경험을 미뤄두고,
싫다는데 강요하기에 아줌마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차에 실없이 타고 말았었지만
그 아줌마는 (밥 먹기 싫다고 했던) 용기백배이신 분이셨고
그러기에 끝까지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줌마 둘이서 비빔밥을 나눠먹는 형상이 되었다.

주인아줌마는 배가 부르셨는지 중간에 숟가락을 놓았고
늦게 온 아줌마는 열심히 먹었다.

맛있다면서

그러다가 다른 손님 둘이 들어온다. 앞서 입장을 예고했던
젊은 새댁 여자와 그의 다섯살 가량으로 추정되는 딸아이다.
둘은 오뎅만을 먹는다.

그리고 .. 비빔밥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비빔밥 그릇이 깨진다. *쨍그랑*
그러나 둘다 웃기만 한다. 왜?

나는 모르겠다. 미안해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배고프다더니 그릇까지 다 먹었네'

라는 말이 오갔다.
정겨운 말이었다.

'저분이 인덕이 저렇게 많다니까'

밥을 먹지 않고 구경만 하던 아줌마 둘 중 한명이 말했다.

인덕이라는 중요한 단어의 등장에 정신 차리고 그들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인덕이라는 말이 등장하였는가

저 말은 두번재였다.

첫번재 비빔밥 먹기를 강요하는 대화가 오고갔을 때
인덕이라는 말은 첫번재 등장을 했다.

그때도 놀랐다.

두 번째 등장에 다시 놀랬다.

그리고 세번재 인덕의 등장은 뜻밖에도
아까 오뎅을 먹고 있는 새댁과 딸아이 를 통해 일어난다.

그들은 거스름돈을 잘못 받았고
그래서 주인아줌마에게 돈을 돌려주려고 한다.

그러나 아줌마는 그냥 가라고 한다.
새댁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고는 아이를 추스려 집에 돌아간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고맙다고 할일이 아니었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기분이 나빠서 돈을 둑는 그 자리를 떠났을 것 같다.

거스름돈이 잘못 오간 것은 분명 잘 못이다.

난 아줌마가 새번째 인덕을 노린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아무도 그 말은 다시 하지는 않았다.

아까 홀로 인덕이란 말을 두번이나 꺼낸 아줌마는 그릇치우는 것을 돕느라
여념이 없었다.

관찰자는 나 뿐이었고 세개의 인덕
-비빔밥을 권한 것
-그릇이 깨져도 뭐라 안한 것
-거스름돈 손해보고 그냥 가져가라고 한것
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된 셈이다.

만약 인덕이라는 중요한 말 .. (물론 실질적으로는 두번 거론되었지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성격 싹싹한 아줌마
통 큰 아줌마
-로 생각할 것이다.

떡볶이 집에서 오고간 인덕이란 말은 실로 내게 충격이었다.
어떻게 하면 인덕같은 좋은 말 들을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에게는 특히 그럴 것이다.

생각보다 방법은 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
나는 실천할수는 없을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 엄마의 차타기에 관한 나의 일화에서
나는 그 아줌마를 매우 귀찮은 존재로 생각했고

당시 인덕이란 말은 도무지 꺼낼만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했다.

비빔밥과 차타기 사이의 차이점을 그다지 발견할수가 없는 것이 슬프다.
마찬가지로 내가 비빔밥 상황에서

정말로 배가 부른데 밥을 먹으라고 한다면
화가 날 것이다. 게다가 호통까지 친다면 말이다.

어째서 이것인 인덕일 될수 있는 것일가





중학교 때 선행상받을 아이를 지목하라면 늘 아이들에게 선택받곤 하는 아이가있었다
피부가 무척 검고 뚱뚱한 여자아이였는데
아이들은 그애를 다 좋아했다. 물론 안티 세력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아니, 내가 중심에 있을리가 없다.
아무튼 나는 안티 세력이었다.

그 여자애는 목소리가 굉장히 컸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물론 저런식으로 중학생이 말했을리 없다)
-불의가 싫다고 했다. (정말 저렇게 말했을까? 저것도 아닌것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다 저런 의미의 말들을 하곤 했다.
목소리 큰 여자를 싫어해서 일단은 그 아이가 싫었고
고분고분한 면이라고는 전혀없는게 싫었다.

의롭기는 했다. 남을 잘 돕기도 했다. 경찰같기도 했고 사회사업가 같기도 했다.
허나 싫었다. 나는 ...

그 아이느느 스스로 도덕이란 말을 자주 꺼냈고,
의라는 말도 자주 꺼냈다.
그게 아마 내가 그 애를 싫어했던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두번재 이유 (목소리 큰것보다 더 싫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 애도 나를 중앙을 시기하는 꼼찌락대는 아웃사이더로 생각했을 것이다.
꼼지락대는 것은 맞는데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잘 못된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고

대중이라는 말이 혐오스러울만큼 구역질 났다.




어떻게 그곳에 있던 비빔밥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주인아줌마를 향해
인덕이라는 말을 꺼내거나 혹은 동조했던 것일까
왜 거스름돈을 많이 받은 여자는
고맙다는 말을 했는가 ...
(나 였다면 주인아줌마가 바보다, 혹은 오늘 땡잡았구나 둘 중 하나의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온 인덕이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선한 사람이란

내 안을 비우고 그 안에 남을 대신 채워넣는 사람들이다.

나는 자기 주관이 없는 사람이 좋다.

좋고 싫은 것 없이, 모든걸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나 스스로 생각하건데, 내 경우는 안이 너무 꽉차 있어서 도무지 남을 안으로 데려올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좋게 생각하지 못 하고,
착해지고 싶다는 말, 혹은 착하다는 말 듣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떡볶이 아줌마의 비빔밥 사건과 잔돈 사건은
나에게 내가 중학교 때 안티했던 아이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다시 또 혼란에 빠진다.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과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다른 것 같다.

아니, 차라리 인덕이란 말이 인간들 사이에는 오고가지 않는
부처님이나 예수같은 신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오고가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듣는다니 .. 그것도 내가 좋아할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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