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눈큰아이별이 | 2002.12.18 20:34 | 조회 2675 | 공감 29
따르르르릉~

"여보세요"
"XXX 형,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광주에서 온 전화. 누군지 모를 리 없다.

"이야~ 너 XXX 아냐~ 오메 오랜만이구만~"

간만에 받는 전화에도 즉석에서 사투리로 대응하는 나.
28개월간의 광주생활에서 얻은 능력이라고나 할까....^^;

제대할 때가 거의 다 되었단다.
이제 60일 정도면 자기도 사회인이 된다는 그 녀석한테 난 수고했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새록새록 기억나는 추억들.
사람들에 대한 호박씨와 웃긴 농담들....

전화를 들고 얘기하는 30분 동안 난 한시도 쉬지 않고 웃을 수 있었다.

"히야~ 생각해보면, 다시 군대 가고 싶기도 해야~"
"그럼 장교로 지원해서 오십쇼~"

ㅋㅋㅋㅋㅋ
임마, 군대는 돈주고 오라 해도 안갈거다~
지도 그럴거면서 ^^;;

녀석이 그런다.
자기는 나만큼 후임들한테 못해준다고.
그냥 무관심하다고 그랬다. 아니, 그러고 싶다고 그랬다.
그러면서, 내가 있을 때엔 잘 챙겨주었었다고 한다.
(이녀석, 제대를 앞두고 왠 칭찬? 서울에 와서 뭘 받으려고? ^^;)

생각해보면, 참 가족같은 생활이었다.
대대의 특성상, 우리는 다른 대대와 동떨어진 곳에 홀로 위치해 있었고
대대 총 사병이 다섯명이었다.
마치 자취 생활하듯,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 먹고 입고 덮고 잠을 자기도 했었다.

부대생활이었기 때문에..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남는거 같기도 하다.

서울에 오면 나한테 밥 사달라 조를 거랜다.
그럼 그렇지.....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는 안녕히 계세요, 하고 그냥 전화를 끊는군!
이녀석, 지난번엔
"필승!!"
하고 크게 외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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