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죽남자와 복숭아엉덩이소녀
제목처럼 정체불명의 영화다.
오프닝을 보면 롹스탁식의, 캐릭터가 떼거지로 나와서
재밌는 대화 몇 개 나누다가 돈놀이하는 내용을 떠올리게 되는데,
실제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영화가 맞긴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단조롭고 엉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에서 인물들을 1시간 30분의 런닝타임에 꼭꼭 채워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폭 중 한명은 단 한컷에서만 나오고 더이상 등장 씬이 없으며,
시종일관 의미를 알수없는 대화로 대충 성격을 얼버무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스의 아들로 나오는 녀석 역시 초반에 '냄새를 잘맡는다'라는 특성으로
꽤 두각을 나타내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그냥 깡패'로 전락해버려
보는이로 하여금 극심한 낭패감을 안겨준다.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조리극을 보는 것처럼 인과관계의 앞뒤를 무시해버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는
뒤에서 보충설명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엄청난 허탈감을 남겨준다.
그렇지만, 의외로 감각적이면서 깔끔한 편집과
멋지게 보이려는 내용의 시도는 참 높이 살만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아사노타다노부의 세숫대야 하나만은 실컷 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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