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movie

캐서린 | 2003.10.22 16:00 | 조회 2617 | 공감 0
사람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아니한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사람들은 그것의 소재에만 눈여겨본다. 서양화의 귀여운 천사가 자신의 취향에 부합될 정도로 깜찍하면 엄지를 치켜세우고, 몰골 흉측한 노파가 기준보다 빼빼 마르고 지저분하면 엄지를 치켜내리는 식이다. 글을 읽을 땐 오자나 철자법, 맞춤법 등에 신경쓰고, 실수가 잦으면 비난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시엔 가차없이 칼을 박느다. 영상을 보는 경우는 어떠한가. 위와 다를 게 없다. 자신의 습관과 편견에 비추어서 영상을 고르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여러 방면에서 지식을 쌓고 평가기준을 높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떠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든, 작품이 -자신이 작성해 놓은 인습에 맞춰서-그르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날으는 운동화'라는 영화를 접했을 때, 난 위의 악행들을 그대로 답습했다.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재,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머리에서 신물이 날 것같은 스토리, 게다가 감독 이름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도대체 이런 영화를 적극 추천한 비디오숖 주인의 안목을 믿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골손님이라고 무료로 대여해주는 그것의 달콤한 유혹을 일부러 뿌리치기도 뭐해서, '재밌게 볼께요' 라고 그냥 흘려 말해버리고는 그 괴비디오를 집으로 옮겨왔었다. 난 너무 유치해서 만지기조차 꺼렸던 그것을 갓 학교에 입학한 동생을 위해 같이 감상하기로 마음먹었는데,둘 다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시작한 지루할 것같고, 유치할 것 같은 영상전쟁에서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남아있던 승자는 동생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난 '유치하게'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그 유치한 비주얼과 스토리가 기억에 남아 맴돌지만 밖으로 꺼내보이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기억이다. 이후로 나의 영화보는 눈은 좀 넓어진듯 싶었지만 이내 곧 나만의 세계를 오려 붙여서 그것이 만들어준 항해도를 따라서만 항해했다.

누구에게나 매니아적으로 사랑하는 장르의 영화가 많겠지만,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영화가 아니라 어떠한 문예를 감상하든지, 절대 자신만의 우물에 치우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나조차도 실천 안하는데 과연 '안된다'라는 말이 적당하기나 한걸까? 뭐, 그것을 하건 안하건 문제는 당신들에게 달린 것이니 관여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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