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른 노래,'Gloomy Sunday'

박지휘 | 2003.08.27 18:22 | 조회 2744 | 공감 0

죽음을 부른 노래,'Gloomy Sunday'

그대 날 위해 내 곁을 떠나주오
밤의 끝 어디든 나 거기 묻히리라
내 마지막 호흡 안고 집으로 돌아가네
나 어둠 속 헤쳐 나온 안전한 곳으로
우울한 일요일



맹목적으로 죽음을 향하여 달려들게 하는 힘,
마치 마약처럼, 사랑처럼 사람을 중독시키던 1930년대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는 돌아올 수 없는 영혼들을 향한 진혼곡이 되고 말았습니다.
1935년 헝가리에서 레코드로 발매된 지 8주만에 187명이 자살했고,
뉴욕 타임즈는 '수백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 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싣기도 했으니, 이 곡의 여파를 심히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1936년4월3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적인 레이 벤츄라 오케스트라 콘서트홀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던 단원들 대부분이 자살을 감행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럼 연주자의 권총자살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단원들이 자살을 했던 것이지요.
연인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이 곡을 쓴 작곡가,
레조 세레스(Rizso Seress)마저도 1968년 겨울,
고층아파트에서 결국 투신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 역시 죽기 전에 이 곡을 듣고 있었다고 하니
그에게 이 음악은 그나마 33년을 버틴 힘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이 곡 Gloomy Sunday를 소재로 하여 독일감독 '롤프 슈벨'은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모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특히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이라는 모티브가 독특한데,
우리의 정서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애정관계가
여기에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끕니다.
극중 등장하는 일로나(Erika marozsan)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자보(Joachim krol )에 고용되어 일하는 웨이트리스입니다.
여기에 어느 날 피아니스트로 고용되는 한 인물,
안드라스(Stefano dionisi)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미묘한 애정관계가 시작됩니다.
극중 '글루미 선데이'는 일로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안드라스가 작곡하여 바치는 곡으로서
이 곡을 계기로 일로나의 마음을 얻게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곡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불행을 예고하게 됩니다.
당시 사회적 배경으로서의 경제는 최악이었고,
파시즘과 나찌즘이 서서히 유럽을 덮어가고 있던 때였으며,
전쟁은 코 앞에 닥쳐 사람들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타고 들려오는 '글루미 선데이'는
나약하고 불안한 심리에 파고드는 절묘한 촉매제가 됩니다.
죽음의 서곡이 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이 때 한때 일로나를 흠모하던 독일 사업가 한스(Ben becker)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안드라스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거부로 만든 이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은
애초에 가사가 없는 곡으로 만들어졌으나,
후반부에 그의 죽음을 예고하듯 암울한 가사가 붙여지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영화의 주조를 이루고 있는 세 사람간의 사랑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우리네 생리로는 용납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안드라스에게 마음이 돌아선 일로나를 차마 잃일 수 없어
그녀의 반쪽만이라도 갖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자보의 캐릭터는
시종일관 그에게 시선을 두게 합니다.
분위기 있는 안드라스보다 뱃살 넉넉한 중년의 그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에서와 유사한 사랑을 나눈 국내 유명 소설가가 있었지요.
김동리 선생입니다.
김동리 선생의 부인 손소희 여사와 그의 또다른 여인 서영은씨,
그들의 사랑을 다룬 책이 서영은씨 본인에 의해
'한 남자를 사랑했네'라는 제목으로
1993년도에 미학사에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인생'이라는 뻔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과정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들 모두 나름대로는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성취한 셈이라고 보아야할까요.







다시 글루미 선데이로 돌아가서,
'글루미 선데이'에 대한 뮤지션들의 꾸준한 관심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다양한 버전의 곡들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자우림의 김윤아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글루미 선데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앙상블로 듣는 맛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가사가 붙은 곡은 다양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데 반해
특별할 게 없는 게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처지는 템포로 일관되고 있다보니
오히려 그 의도됨에 미리 식상하게 되는 격이랄까요.
영화를 직접 보실 수 있다면,
영화 안에서 듣는 '글루미 선데이'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겠지요.
재즈풍의 스탠다드곡으로 감상해보신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구요.








음악 : Gloomy Sunday - ORCHESTER
공감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3,000개(26/150페이지)
RHKorea : 소모임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500 [잡담] 토욜.... [3] 라디오헤드쥔장 4290 2003.08.18 17:44
2499 [잡담] 소주방이 왠말이냐~? [1] 거친바보 4415 2003.08.16 03:05
2498 [잡담] 비극이야 [2] 소금비누 4467 2003.08.15 20:06
2497 [잡담] 오늘도.... 사진 첨부파일 라디오헤드쥔장 4361 2003.08.15 11:40
2496 [질문] 누구세요? [3] placebo 4690 2003.08.11 21:08
2495 [잡담] 금단 [1] 고운고은 4335 2003.08.10 00:37
2494 [잡담] 아니... 홍대 앞에 뤠이디오헫 술집이..... [4] 토실이 4858 2003.08.09 14:42
2493 [잡담] 으악 플라스틱나무 4517 2003.08.06 10:09
2492 [잡담] 술과 안주 [1] 소금비누 4489 2003.08.05 22:31
2491 [잡담] 근데 어제는...;; [1] Gray 4323 2003.08.04 03:22
2490 [잡담] 역시 [1] 소금비누 4349 2003.08.02 22:27
2489 [잡담] 아 어찌하여 [1] 아쵸 4473 2003.08.02 10:01
2488 [잡담] [1] 소금비누 4467 2003.07.29 09:35
2487 [잡담] 아아..너무하신다..-_-;; [3] 문화행동당 4246 2003.07.29 03:48
2486 [잡담] 와웅~~~~~~ 앗싸앗싸... [1] 라디오헤드쥔장 4535 2003.07.28 13:12
2485 [잡담] 이거 애주가 모임입니까 [1] Portisheaded 4653 2003.07.27 05:20
2484 [잡담] 소주방도 생겼네~ [2] 4342 2003.07.26 11:16
2483 [잡담] 나도 -_-; ? [2] sucks-_-; 4364 2003.07.26 02:33
2482 [잡담] 나도 읗ㅎㅎㅎㅎㅎㅎ [1] 네눈을줘 4541 2003.07.25 23:31
2481 [잡담] 흐흐흐.. [3] 고운고은 4579 2003.07.25 19:55
일반 로그인
소셜 로그인
아이디/비번 기억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글
댓글 많은 글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