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d/감사합니다. 그저 막연하게만 느꼈는데, 읽어보니깐 감이 잡히네요.

담요/ 잔인한 부분도 있었던가요? \'ㅅ\'
02.10 22:35 | Sartre님 | 신고 |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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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제가 싸이에 끄적거린 감상문입니다...

2.

세상은 바야흐로 사랑조차도 공동작업이 아닌 것이다.

마치 도넛을 나눠 먹듯이.

500일의 썸머(이하 썸머)에 따르면, 사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하는 감정이라는 명제는 더이상 세상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사랑에 있어서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과 상처에 미리 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각각 주장하는 사랑할 권리와 사랑하지 않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 그리고 사랑을 규정할 권리 사이에서 감정은 뒷자리다.

썸머는 철저히 개인화 된 사랑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함께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속의 아름다움은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미리 도려내 버리고 내가 정의하는 사랑 속에서 내가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날카롭게 지켜나가는 것이 바로 요즘 가장 각광받는 \"현명한 사랑\"의 모습인 듯하다.

결국 썸머가 말하는 요즘 사랑은 함께 만드는 공동성장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자기 몫을 찾아 나가는 개인성장이다.



3.

500일의 썸머가 다른 이별영화와 다른 이유는 패배 없는 이별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별 후 썸머와 톰 중에서 누구는 승리자고 누구는 패배자가 되는, 그래서 패배자 쪽에 슬픔과 공감대가 생기는 그런 구조가 일반적인 멜로물이라면, 500일의 썸머의 결론은 그런 기울어진 서사 구조의 균형을 잡아준다.

영화는 헤어짐의 슬픔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인연이라는 것이 결국 늘상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하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이름은 여름이고 그 다음 인연의 이름은 가을이다.

사랑의 인연은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여름의 끝에는 가을의 시작, 가을 지나면 겨울, 겨울 지나면 봄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아파하는 것은 어쩌면 이별과 삶 사이의 균형을 잃고 사랑의 상처에만 지나치게 집착할 때, 그 때뿐이 아닐까?

에미넴의 에 나오는 SLIM이 광기어린 괴로움에 지나치게 몰입한 STAN에게 \"C\'mon, How fucked up is you?\" 라고 물었듯이, 우리는 사랑이 명멸하는 동안에도 삶은 흐르고 있음을 근거로 사랑의 상처를 이길 수 있다고 영화는 제시한다.

아픈 이별을 놓고 \"제기랄, 집착하지 말자. 넓은 시야를 갖자구.\"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 보면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수많은 신파멜로의 코드를 부정하는 일이고, \'감정이 메마른\' 혹은 \'덜 로맨틱한\', \'쿨한 척하는\' 행동일 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나, 그저 너보다 내가 덜 아플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딴 감정 과잉 유희는 제껴둘 수 있다는 입장이 다수의 의견이 아닐까.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
02.10 21:45 | wud님 | 신고 |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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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일을 하찮은 일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말입니다. 기존의 멜로가 차인사람의 피해의식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슬픔을 도출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 영화는 운명적인 만남이란 자의적 정당화를 위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강한 사고방식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마지막 썸머의 잔인한(?) 행동도 자기 보호를 위한 방편이었음을 인정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사랑도 각자 재량껏 하는 건데 뭐 오바냐 운명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 억지로 슬퍼하기보다는 그 무게를 덜어내고 그저 계절처럼 늘 찾아오는 일에 불과하다 라고 여기고 정신건강을 찾는 게 맞지 싶다, 이별좀했다고 오바떨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삶은 계속된다 이런 메세지를 느꼈습니다.
02.10 21:44 | wud님 | 신고 |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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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 잔인하다고 느꼈어요;;;
02.10 19:11 | 담요님 | 신고 |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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