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10878","url":"https://rhkorea.com/post/10878","title":"부끄러운 착각","author":{"display_name":"캐서린"},"published_at":"2004-03-27T09:02:23.000Z","updated_at":null,"content_text":"살다보면 제각각 이런일 저런일 겪으면서 지문과도 같은 삶의 단면을 새기기 마련이다. 그건 짙은 녹색의 강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밖에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지만, 안에서는 무궁무진하게 많은 부유물들이 강의 흐름을 따라 여행한다. 어느것은 그냥 이리저리 표류하거나, 어느것은 땅에 박혀 부들부들 떨거나, 어느것은 물살에 맞아 조각조각 찢겨진다. 사람의 기억은 비정상이 아닌 이상 끝까지 남는다. 싫은 기억이거나 좋은 기억이거나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내 몸 속 한 구석에 남아 마음의 흐름을 따라 여행하고 있다. 그건 부끄러운 착각이었다. 소주가 세잔정도 돌 때쯤에 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내 부끄러운 마음의 흐름을 진정시켜줄 수 있겠느냐고.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눈물흘렸다. 주위는 어두컴컴했고, 하늘은 반짝였다. 내 눈도 반짝였다. \"우리는 그냥 이대로 남자.\" \"너는 날 좋아하고, 나는 널 좋아한다. 그리고 우린 우릴 좋아한다.\" 나는 이렇게 멍청하게 한번 내뱉곤, 그녀의 어깨를 두세번정도 어루만졌다. 하늘을 바라보니 띄엄띄엄 박혀있는 별들이 애처로워보였다. 바깥 추위때문에 취기가 더 빨리 돌았다. 별들은 내 몸을 중심으로 한바퀴,두바퀴.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content_html":"<br />\r\n살다보면 제각각 이런일 저런일 겪으면서 지문과도 같은 삶의 단면을 새기기 마련이다. <br />\r\n그건 짙은 녹색의 강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br />\r\n밖에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지만, <br />\r\n안에서는 무궁무진하게 많은 부유물들이 강의 흐름을 따라 여행한다. <br />\r\n어느것은 그냥 이리저리 표류하거나, <br />\r\n어느것은 땅에 박혀 부들부들 떨거나,<br />\r\n어느것은 물살에 맞아 조각조각 찢겨진다. <br />\r\n사람의 기억은 비정상이 아닌 이상 끝까지 남는다.<br />\r\n싫은 기억이거나 좋은 기억이거나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지<br />\r\n내 몸 속 한 구석에 남아 마음의 흐름을 따라 여행하고 있다. <br />\r\n<br />\r\n그건 부끄러운 착각이었다.<br />\r\n<br />\r\n소주가 세잔정도 돌 때쯤에 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br />\r\n내 부끄러운 마음의 흐름을 진정시켜줄 수 있겠느냐고. <br />\r\n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눈물흘렸다. <br />\r\n주위는 어두컴컴했고, 하늘은 반짝였다. 내 눈도 반짝였다. <br />\r\n<br />\r\n\"우리는 그냥 이대로 남자.\"<br />\r\n<br />\r\n\"너는 날 좋아하고, 나는 널 좋아한다. 그리고 우린 우릴 좋아한다.\"<br />\r\n<br />\r\n나는 이렇게 멍청하게 한번 내뱉곤, 그녀의 어깨를 두세번정도 어루만졌다.<br />\r\n<br />\r\n하늘을 바라보니 띄엄띄엄 박혀있는 별들이 애처로워보였다.<br />\r\n바깥 추위때문에 취기가 더 빨리 돌았다. <br />\r\n별들은 내 몸을 중심으로 한바퀴,두바퀴.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br />\r\n <br />\r\n","comments_count":3,"related_services":{"okcomputer":{"url":"https://rhkorea.com/okcom","guide":"https://rhkorea.com/okcom/guide.md","html":"https://rhkorea.com/okcom/read","feedback_form":"https://rhkorea.com/okcom/feedback","source_url":"https://rhkorea.com/post/10878","optional":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