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11260","url":"https://rhkorea.com/post/11260","title":"이제 그만두세요","author":{"display_name":"캐서린"},"published_at":"2004-04-22T02:01:40.000Z","updated_at":null,"content_text":"이번달엔 유난히 코피가 많이 쏟아졌다.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몇주전에 걸렸던 감기도 아직 나아지질 않았다. 이젠 기침을 하면 목에서 피냄새가 가득하다. 구역질과 눈물 역시 여전하다. 그래도 난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저 안으로만 굽힐 따름이다. 언젠가는 낫겠지. 하는 생각. 코피는 굳어서 새로운 핏줄이 되기 위한 과정이고, 끊임없는 기침은 내 목구멍을 트이게 하기 위한 새로운 3차적 성징일뿐이라고. 그렇게 억지로, 이를 꽉 깨물며 병원거부를 정당화한다. 진찰 후의 의사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그녀를 잊으세요.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럴까봐 겁난다.","content_html":"<br />\r\n이번달엔 유난히 코피가 많이 쏟아졌다. <br />\r\n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br />\r\n'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br />\r\n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br />\r\n몇주전에 걸렸던 감기도 아직 나아지질 않았다.<br />\r\n이젠 기침을 하면 목에서 피냄새가 가득하다. 구역질과 눈물 역시 여전하다. <br />\r\n그래도 난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저 안으로만 굽힐 따름이다. <br />\r\n언젠가는 낫겠지. 하는 생각.  <br />\r\n코피는 굳어서 새로운 핏줄이 되기 위한 과정이고, <br />\r\n끊임없는 기침은 내 목구멍을 트이게 하기 위한 새로운 3차적 성징일뿐이라고.<br />\r\n그렇게 억지로, 이를 꽉 깨물며 병원거부를 정당화한다.<br />\r\n<br />\r\n진찰 후의 의사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br />\r\n<br />\r\n\"그녀를 잊으세요.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br />\r\n<br />\r\n이럴까봐 겁난다. <br />\r\n<br />\r\n","comments_count":5,"related_services":{"okcomputer":{"url":"https://rhkorea.com/okcom","guide":"https://rhkorea.com/okcom/guide.md","html":"https://rhkorea.com/okcom/read","feedback_form":"https://rhkorea.com/okcom/feedback","source_url":"https://rhkorea.com/post/11260","optional":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