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22216","url":"https://rhkorea.com/post/22216","title":"심해","author":{"display_name":"캐서린"},"published_at":"2010-04-22T05:46:50.000Z","updated_at":null,"content_text":"아무도 없는 바다 맨 밑바닥에서 모닥불을 켜놓고 놀았다 차갑고 깜깜해서 모닥불 가까이에 대고 두 손바닥을 고이 내밀었다 하지만 손을 아무리 마주비벼도 불의 온기는 거기에 닿기도 전에 사그라진다 이윽고 거대해파리와 이름모를 생명체들이 내 주위에 몰려든다 이게 뭐지?, 라는 표정(항상 그런 표정이겠지만)으로 고래 한마리가 모닥불 주위를 휘청거리며 맴돌고, 해파리는 우리 주변을 갓씌우듯 올라 앉았다 그런 꿈을 꾸고 있는데 자명종 소리가 울린다 나는 나갈채비를 한다 옷을 아무렇게나 꿰차입고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은 또다른 심해와 같은 고요함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책상 앞에 설치된 형광등을 켜자 모닥불과는 다른 색깔의 빛이 손에 와닿는다 정말이지, 행복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흐리멍텅한 색이다 옛날옛적 인간의 조상들은 왜 물에서 튀어나온것일까 계속 물 속에서 살았더라면 지금쯤 인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content_html":"<br />\r\n아무도 없는 바다 맨 밑바닥에서 모닥불을 켜놓고 놀았다<br />\r\n차갑고 깜깜해서 모닥불 가까이에 대고 두 손바닥을 고이 내밀었다<br />\r\n하지만 손을 아무리 마주비벼도 불의 온기는 거기에 닿기도 전에 사그라진다<br />\r\n<br />\r\n이윽고 거대해파리와 이름모를 생명체들이 내 주위에 몰려든다<br />\r\n이게 뭐지?, 라는 표정(항상 그런 표정이겠지만)으로 고래 한마리가 <br />\r\n모닥불 주위를 휘청거리며 맴돌고, 해파리는 우리 주변을 <br />\r\n갓씌우듯 올라 앉았다 <br />\r\n<br />\r\n그런 꿈을 꾸고 있는데 자명종 소리가 울린다<br />\r\n<br />\r\n나는 나갈채비를 한다 <br />\r\n옷을 아무렇게나 꿰차입고 독서실로 향한다<br />\r\n<br />\r\n독서실은 또다른 심해와 같은 고요함과 차가움이 느껴진다<br />\r\n책상 앞에 설치된 형광등을 켜자 모닥불과는 다른 색깔의 빛이 손에 와닿는다<br />\r\n<br />\r\n정말이지, 행복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흐리멍텅한 색이다<br />\r\n<br />\r\n옛날옛적 인간의 조상들은 왜 물에서 튀어나온것일까<br />\r\n계속 물 속에서 살았더라면 지금쯤 인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br />\r\n","comments_count":0,"related_services":{"okcomputer":{"url":"https://rhkorea.com/okcom","guide":"https://rhkorea.com/okcom/guide.md","html":"https://rhkorea.com/okcom/read","feedback_form":"https://rhkorea.com/okcom/feedback","source_url":"https://rhkorea.com/post/22216","optional":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