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27487","url":"https://rhkorea.com/post/27487","title":"전혜린의 버거움에 대하여","author":{"display_name":"달리"},"published_at":"2004-12-13T17:52:27.000Z","updated_at":null,"content_text":"전혜린의 글을 그닥 읽어보지 않은 불량 독자이지만요 과외하는데 애들 문학책에 전혜린의 <먼곳에의 그리움>이 나왔더군요 그 글을 가르치느라 아주 애먹었답니다 사실 제가 읽으면 대개는 이해가 가는 글이었는데 애들 입장에서 같이 읽고 이해하려 하다보니까 이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글이더군요 일단 뭐 주제 자체가 평범한 여고생 애들이 공감하기 힘든 글이긴 햇는데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밀폐된 내면에서의 자기 수련이 아니라 사회와 현실 속에서 예전에 내가 가졌던 인식애와 순수와 열정을 던져 놓고 싶다> 라던가 이런 구절을 보고 나니 혹시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레포트의 한줄이던, 게시판에 쓰는 글이던) 갑자기 걱정스럽더군요 지식이란게 얼마나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건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어요 어느새 우리는 왜곡하고 과장하거나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돌아가며 읽게 만드는 글에 익숙해 진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돌아가는 길을 잘 만들어 놓은 글일수록 잘 쓴 글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요","content_html":"전혜린의 글을 그닥 읽어보지 않은 불량 독자이지만요<br />과외하는데 애들 문학책에 전혜린의 &lt;먼곳에의 그리움&gt;이 나왔더군요<br />그 글을 가르치느라 아주 애먹었답니다<br /><br />사실 제가 읽으면 대개는 이해가 가는 글이었는데<br />애들 입장에서 같이 읽고 이해하려 하다보니까<br />이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글이더군요<br /><br />일단 뭐 주제 자체가 평범한 여고생 애들이 공감하기 힘든 글이긴 햇는데<br /><br />&lt;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gt;<br />&lt;밀폐된 내면에서의 자기 수련이 아니라 사회와 현실 속에서 예전에 내가 가졌던  인식애와 순수와 열정을 던져 놓고 싶다&gt; 라던가<br /><br />이런 구절을 보고 나니<br />혹시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레포트의 한줄이던, 게시판에 쓰는 글이던) 갑자기 걱정스럽더군요<br />지식이란게 얼마나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건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어요<br /><br />어느새 우리는 왜곡하고 과장하거나<br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돌아가며 읽게 만드는 글에 익숙해 진게 아닐까요<br />그리고 그 돌아가는 길을 잘 만들어 놓은 글일수록<br />잘 쓴 글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요<br />","comments_count":7,"related_services":{"okcomputer":{"url":"https://rhkorea.com/okcom","guide":"https://rhkorea.com/okcom/guide.md","html":"https://rhkorea.com/okcom/read","feedback_form":"https://rhkorea.com/okcom/feedback","source_url":"https://rhkorea.com/post/27487","optional":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