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on Planet Earth

캐서린 | 2004.07.01 11:27 | 조회 2436 | 공감 2

인터넷쇼핑으로 옷을 샀다.
온라인의 묘미라는게 이걸까.
난 분명 엑스라지를 신청했는데,
건너온 물건 뒷쪽엔 인쇄를 잘못했는지 엑스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옷은 잘 맞는다. 오히려 조금 큰 느낌이다.
'헉'하고 놀랐다가 '하아'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내 모습이
거울을 비추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아무튼

나의 숨은 연기의 잠재력을 이끌어 올려준
쇼핑회사의 인공지능, 손님을 위한 넓디 넓은 배려에 감탄.
방금 창문 밖으로 날아들어온 파리 한쌍의 애정행각에 또 감탄.
어머님의 '밥 꼭 챙겨먹어라'하는 신경써주심에 또 또 감탄.

감탄감탄감탄,
'감탄'이 중국 소림사의 어느 스님 이름 같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나는 마지막으로 '헉' 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시키는대로 울타리를 흰색으로 칠했는데 누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야 그거 노란색으로 다시 칠해'
라고 말할 때의 자괴감과 비슷했다.
그 순간에 일그러질 페인터의 표정이 막 상상되면서 킥킥킥. 하면 안되겠구나 참.
다시 마음을 고쳐잡은 뒤 '하아' 하고 나는 한숨을 내뿜는다.
인생 역시 사이비인터넷쇼핑처럼 엉뚱한 사건의 연속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 케이대학교를 주문했는데,
엉뚱하게도 에이대학교가 날아들어오고,
나는 분명 어느회사의 취직을 신청했는데,
밖에선 '노'라는 내용의 전화벨만 울려오고,
나는 분명 저 여자를 좋아한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답장은 죽을 때까지 깜깜 무소식이고,
그래서 분명 '다리에 가서 자살을 결심'을 하늘나라에 외쳤는데,
택배로 돌아온건 119구조대원 아저씨의 종아리뿐이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시 살아볼양으로 사업신청을했는데
또다시 엉뚱하게 날아온 건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빨간 딱지들.

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은 불일치의 연속이 아닌가.
그러다가 나는 또 '하아'

나는 그 엉뚱함을 사랑할수밖에 없었기때문에 여태까지 인생을 살아온게 아니었나.

기대했던것과는 전혀 다른게 배달되어 와도 쇼핑회사가 부도났기때문에 어쩔수없이 수긍해야하는,
처음엔 '어쩔수없다'는 표정을 지어도 나중엔 '그래, 이렇게라도..'하는 순응.
불일치의 연속이라기보단 수긍과 순응의 연속이라고 보는게 확실하겠지.
그리고 바라는대로 다 되면, 재미없잖아~(<-딴지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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