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먹어본다.
밥을 물에 말고, 그것을 김으로 싸먹는 방법.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밥을 달걀과 간장으로 비벼먹는 방법과 더불어 자주 이렇게 먹었었는데.
그때는, 나는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었고, 엄마는 한끼라도 거르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 처럼,
매우 열정적으로 내게 밥을 먹이려고 하셨기 때문에, 위의 두방법을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
엄마의 외침에 나는 집으로 급히 뛰어들어가 저런식으로 밥을 급히 먹고 다시 뛰쳐나왔었다.
구슬, 딱지, 팽이가. 친구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달걀에 비벼먹으면 밥이 미끈 미끈해서 목구멍을 아주 신나게 미끄러졌고,
물에 말아먹으면 뜨거운 밥을 호호- 불어가며 먹지 않아도 됐기에.
5분이면 밥을 먹어치울 수 있었다.
밥 먹는 5분도 아까웠던 것이다.
피구왕 통키가 방영되었던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거의 밖에서 뛰어놀았다.
지금은 누구도 내게 열정적으로 밥을 먹이려 하지 않는다.
밖에서 뛰 놀 생각에 밥을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된다.
오랜만에 밥을 물에 말아 김에 싸먹었더니...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구슬, 딱지, 팽이는 없다.
그 친구들도 더이상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싸구려 배구공에 내 손을 맞춰가며 불꽃 마크를 그리는 일도 없다.
우리집 맞은편 과일 가게 인선이, 우리집 위 우유 가게 선영이,
우리집 아래 가스통 가게 현준이, 그 아래 빵집 승남이...
우리집 앞에 있었던 가파른 내리막길.
그 곳에서 자전거에 앉아 페달에서 발을 땐채 신나게 미끄러지던 아이들.

그 친구들, 그 장소들, 그 놀이들...
덕분에 몹시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