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모자 쓰고 다니면 머리가 아프지 않냐'

라는 말을 듣자 마자 6년동안 매일 쓰고 다니던 모자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모자가 머리를 누르는 느낌이었다

집에 오려는데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머리로 걷고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머리엔 다리가 없어서

머리를 떼어놓고 걷고 싶었다

그래도 20년을 달고 다닌 내 머리라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들어서

머리를 뽑아내는건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내 머리를 누가 주워가서 잘 돌봐준다면 문제 없지만

누가 막 구박하고 그러면 혼자 울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근데 머리는 다리가 없으니까 숨어서 울지도 못한다

머리를 떼어내서 바퀴를 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끈으로 묶어서 끌고 다니면 괜찮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래저래 집까지 걸어와서

서서 식탁위에 머리만 얹어놨더니 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팠다

이래저래 귀찮게 하는 놈이라서

그냥 내가 달고 다니면서 잘 돌봐주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