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3시 30분 경,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402(83-1)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은광여고 앞을 지날 무렵, 나는 경악스런 광경을 목격한다.

얼핏보아도 약 120명은 넘어보이는 여학생의 무리가 핏빛의 광기를 뿜으며

버스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사 아저씨는 물밀듯 몰려오는 원초적 공포에 버스 문 열기를 주저하고,

운임이 무료라는 것을 알고있는 여학생들은 승객들의 하차를 위해

열린 뒷문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난입한다.

마치 굶주림에 찬 맹수들이 울부짖듯, 가열차게 내뱉는 하울링에

버스의 모든 승객들은 정신을 잃어가고,

발 디딜 수 있는 마지막 한줌의 공간마저 모두 잠식해 버린 그들은

승리의 기쁨에 찬 광란의 연회를 시작한다.

그들의 포악한 지배는 대치역에 버스가 대치역에 도착할 무렵까지도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들의 사이를 해치고 나와 간신히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도망치듯 오십보 가량을 뛰어간 후 문득 고개를 돌리자,

아직까지 남은 50여명의 무리가 버스를 좌우로 흔들며 표효하고 있었다.

이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 참상을 목도하는 내 등줄기로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귓가를 맴도는 Hail to the thief의 The Gloaming....



-서기 2004년, 한 여름날의 기록





평소에도 느끼는 거지만;;;

오늘같은 상황이 오자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사실

몰려다니는 여고생은 무섭다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