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lucid dreaming
어려서 천둥번개가 무서워서 성당에 다니고 하느님께 기도하곤 했던 때에, 하루는 정말이지 말로 다 형언 못 할 정도로 끔찍한 악몽을 꾼 적이 있었다. 악몽 아래 악몽이 겹겹이 끼어드는 꿈. 매번 깨었구나 싶을 때마다 이어지는 악몽에 갇히곤 했던, 천둥번개 마저 세차게 치는 바람에 그리 산 지옥같았던 하룻밤.
그 뒤로 언제부터인지는 가물가물하나, 자면서 꿈을 꾸게 될 때 '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구나..' 하고 인지를 하게 되었다. 간혹 내가 의도하는 대로 꿈을 제어하고, 다루기도 하고.
물론 꿈 속에서 내가 만물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한다면 꿈 속의 장면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있다. 요즘들어 흔히 꾸고 있는 - 이제는 호러를 넘어 엽기스러움의 영역에 이르렀다 - 꿈의 경우, 눈 앞에 비치는 잔인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꿈 속에서 누가 어떻게 될 것인지 미리 예지하기도 한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비장의 무기로 포스;를 사용하는가 하면, 마지막에 내가 죽는 것을 3인칭 시점으로 -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 감상할 때도 있었고. 물론 도중에, 이쯤에서 그만 깨야지 싶을 때엔 항상 잠에서 깨곤 했었다.
-
뭐.. 어려서부터 그래왔어서인지 불편함을 느낀 적은 별로 없지만 이 현상이 흔히들 말하는, 정상적인 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자각몽이라고들 한단다. 사전에는 없는 모양이던데.. 이곳저곳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던 도중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갖고 계신 분의 글을 보고서야 알게 된 것.
정신의학적으로 특별한 문제는 없다니 다행;이지만, 보통 꿈에 비해서 비교적 합리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조금 걸린다. 나는 자각몽 같은 것 말고 뭔가 좀 더 실용적인 쪽으로 '특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기껏 잘 자놓고 꾼다는 꿈이.. 이거 무슨 드래곤볼 외전도 아니고 원. 오늘은 그냥 맘편히 자고 싶다.


댓글 9
라이나님은 희망직업이 제다이;;;
나도
그런걸 정말 원할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