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이야기라는 소설의 중반 쯤에는
주인공인 파이가 만새기를 낚아다가
손도끼로 쳐서 죽이는 부분이 나온다.

손도끼에 맞은 만새기는 여러가지 빛깔을 띄면서 죽어간다고.
마지막 숨이 끊길 때는 다시 거무스름한 색으로 변해 생을 마감한다고 했다.
몇 줄 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읽자마자 머리 위로 수많은 불꽃이 일었다.
만새기의 삶이란게 그런 것일까. 과연 자신도 알고 있을까.

희미한 정신 속에서 몸은 요동치며 색을 뿜어낸다.
빨갛고 파랗고 희뿌연 눈부심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형체없는 영혼은 하늘 위로 날아가 산산히 부서진다.
부서지기 직전의 만새기를 만나 말해주고 싶다. 너는 아름다워.

지금도 아름다워.

그러니까 죽지마라,라고.
이미 지나간 몸통과 빛을 손에 쥘듯 아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