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고 다닐 일은 못되지만.

처음으로 운전을 해보았습니다.
(운전 면허 없어요. )
물론 아무도 없는, 평범한 시골길에서.
범퍼카 한창 끌 때, 한번 구석에 박히면
시간 끝날 때까지 못 빠져나오던
핸들 조정 꽝인 사람이고.
왼/오른쪽 잘 헷갈려해서
결과적으로 브레이크/액셀 구분 잘 못하고.
이 꼴에 스피드 내는 걸 좋아합니다.
옆에서 운전대를 건내줬던 이의 한마디가
정답이지요. "최악이네."

무면허 운전은 3분만에 끝났지만
최악인 주제에 '운전면허를 따고싶다!!!'
라는 생각은 운전대를 잡은 뒤로 계속 모락모락.

이것도 떠들고 다닐 일은 못되지만.

저러고 난 다음날 교통사고 났어요.
운전자는 제가 아니였지만.

사고나기 십여분 전에
운전하는 이에게
'나 생명선이 없다' , '나 당신과 같이 운명하고 싶지 않다' 등등을
중얼거렸는데. (그게 일종의 압력이 된 것일까.)
도로의 펜스에 차 갖다박았어요.
나는 안전벨트도 안하고있었는데. (아, 부끄럽다.)
펜스 너머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요.
노파킹 표지판이 충격으로 강아래로 떨어질 정도의 강도.
조금만 더 늦게 브레이크 밟았어도 강아래 물고기들과 헤엄칠뻔한 시간차.

정말 다행스럽게도 살아났어요.
무릎에 멍든 것 빼고는
운전자도 나도 다 무사히.

견인차에 타고 오는데
도로의 사람들이 다 쳐다보길래
손 흔들어줬어요. (아, 정말 철없다. )

내가 원래 철없긴 하지만..
죽고 사는 일 별건가..할 정도로 대담한 인간은 못되는데.
아마 부끄러워서 손 흔든 것 같아요.
살아난게 너무 감사할 일이지만,
살아난게 좀 부끄러울 때 있잖아요.
나는 부끄러워할 게 좀 많기도 해서.
자신의 상태와 정반대의 포즈를 취할 때가 종종 있잖아요.
반대의 포즈를 취하면서 원래 상태를 숨기고 싶어하는.
너도 나도 다 포즈고, 농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나 극에 닿아있는 포즈에 계속 불편했어요.

쨌거나, 살아났네요.
모두들 안전 운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