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혈액형에 관한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홈피에 혈액형 관련 폴더를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원인모를 열기는 일이년전부터 일어난 것으로,

이 바람을 타고 혈액형 관련 영화까지 나오며

전국적 인기를 누려, 당분간 이 폴더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남중 남고를 나와, 여자에 관한 환상이 있으며,

여자를 무한히 아껴주고 존중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격식을 차리기도 한다.

또한 사춘기가 비교적 늦게 찾아와,

여자와 있으면 부끄럽고 여자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아는 여성은 거의 없다.
(아니, 실제로 연락하는 사람은 한명뿐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우연히 친구의 친구와(여성) 몇번 만났을 때에,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한심해 할 정도로 그 자리를 부담스러워 했다.
(물론 나는 지금에서야 다신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고 각성을 했지만)

내가 자꾸 그러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짐짓 날 놀리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나는 순간 얼굴이 달아오름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녀는 그 반응 역시 퍽 재밌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별안간 그녀가 내 혈액형을 물었다.

나는 속에 무언가 거북히 울리는게 있었지만

선뜻 A형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대뜸,

"어쩐지..A형이야? 상처받기 쉬우니까 말 조심해야겠네."

라고 내 면전에 대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얼굴을 본 일이 있다.

그녀는 혈액형으로 사람을 가늠할 수 있다는 걸 당연시 여긴 셈이다


또, 얼마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새로운 영화를 홍보하자면 으레 언론과 접촉하기 마련이다

연예인 장근석이라는 사람이 새로운 영화를 찍었는지,

연예 프로그램에서 그것을 취재하러 나온 모양이었다.

시청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인간적 면모와

개인적인 취향, 모습들을 좋아한다.

방송국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여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려 애 쓴다.

리포터가 그에게 개인적인 성격을 묻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는

"제가 A형이라 그런지.."

라는 말을 서두로 대답을 시작했다.

공인조차 이 풍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보급하는 일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렇게 되자 심지어는

'B형과는 사귀면 안돼. O형의 성격이 최고지.
아니, 넌 A형이니까 다정스럽게 지낼 수 있는 A형을 골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 이게 될법한 말이던가 말이다.


사람들은 4가지 타입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의 말대로 설령 4개의 본 성격이 있다손 쳐도

각기 자신의 가치관, 종교, 성장환경, 지금의 환경, 컨디션, 생각

들에 따라 조금씩, 혹은 아주 크게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람들을 4가지 타입으로 규정짓고는, 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려 든다.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참 모습이 아니다.

그도 모르는 그를 어떻게 혈액형같은

밑도끝도 없는 정보로 구속시켜버리는가.

그들은 결국 인간관계를 가지는데에 있어 색안경을 끼게 될 뿐 아니라

스스로를 그 혈액형에 옭아매버리니,

결국 자기 자신을 올가미에 몰어넣고 있는 셈이다.


아직 세상의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힘든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풍토가 맹신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