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과 공적인 이야기를 날세게 끝내고나면 날세게 적막이 찾아온다, 노크도 없이다.
둘은 그저 서있다. 바람소릴 이야기 삼아 강하게 내리꽂듯 불어오면,
'아 재밌네'하고 대답하면서 얼른 등을 돌려버린다. 1월이라 바람이 차다.

'넌 그거 믿냐? 그거.'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건 내가 먼저였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인디펜던스데이의 외계인 우주선이 1000대정도 숨어 있을 것 같은
장대한 먹구름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기만 하는 것도 뭣해서 입을 열었다.

'네'

후임은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끝으로 말이 없다.

'그래?'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선 '그래?'가 필요하다. 늘, 그렇다.

20여분뒤부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엔 날이 빨리 진다.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이 계절에 이 시간이 되면 해가 진다는걸 미리 안다.
검은 페인트를 사방에 흩뿌린것처럼 깜깜할때,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겨워져서,

'넌 귀신은 믿냐?'

외계인을 믿는가. 2탄 정도 되는 말을 또 꺼내고 말았다. 속으로는 '또 졌다'고 생각했다.
후임에게 달라붙어있던 바람이 수다쟁이였는지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얼핏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던것처럼 보였지만, 이윽고

'아니오'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네 녀석은 그렇군' 하는 응답이었다.

경계근무가 끝나고 복귀하려고 할때 나는 교대온 팀에게 너털웃음을지으며 말했다.

'야, 되게 웃겨 이 자식 귀신은 안 믿고 외계인은 믿는대'

그들은 어색하게 따라웃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만 했다.
돌아오는 길엔 별이 많았다.

별빛때문에 눈이 부실 정도로 많아서 나는 그쪽을 한참 쳐다보며 걸었다.
후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정도로 앞만 보고 걸었다.
국방부에서 몰래 제작한 로봇이 있다면 바로 이놈이라고 생각했다.


'넌 전생은 믿냐?'

'예'

'....'

이젠 절대 얘길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래?'를 한번 더 외치려 할때였다.

'전생과 관련된 어느 인터넷사이트에서 제 전생이
북아메리카의 농부라고 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살짝 미소만이었다. 그러면서도 어깨를 들썩였다.

북아메리카의 농부는 죽어서 원한맺힌 귀신이 되었고, 결국 외계로 날아가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둘을 비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엉망진창하고도 척척박사 같은 상상이 내 몸을 뒤흔들며 또 하루의 밤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