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친절한 리플들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어제 밤에 제가 다소 흥분해서 이 전의 글을 썼던 것도 사실이구요. 다소 거칠게 말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는 너무도 상이한, 어쩌면 정반대의 해석들만이 마치 이 노래를 해석하는 방법의 전부인양 여러 인터넷에 떠도는 게 제겐 충격이었고(네이버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해석은 이곳의 해석과 같습니다), 그런 감정을 가다듬지 못하고 섣불리 글을 쓴 게 잘못이었지요. 제 글을 보고 기분 나쁘셨던 분이 있으셨더라면 일단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직 뉴비라 Rhkorea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전에 이와 비슷한 가사논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는지 전혀 몰랐던 게 저런 글을 쓴 핑계라면 핑계겠지요. ‘곡의 해석’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혹은 다른 회원님들은 어떤 마음과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지금은 제 글의 달린 리플로나마 파악이 조금 됩니다.

각자 다른 사람들, 다양한 생각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저도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리플들도 나온 것이겠죠. 한분씩 대답해보겠습니다.

TheRock님//‘가사에 대한 의미는 톰요크 밖에 아무도 모른다’는 주장은 가사해석에 관한 담론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겁니다. 그저 서로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만다면 여기서 어떻게 더 생산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자기만족적인 활동 정도에서 그치고 말겠지요. 팬페이지에서 무슨 엄격한 비평이 필요하며, 그저 회원들이 ‘nice dream을 들으면서 잠을 잤어요’ 같은 신변잡기 이야기나 하면서 두런두런 친하게만 지내면 된다는 주의시라면 할 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팬’의 개념이 님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니까요. 저는 진짜 팬이라면 그에 대한, 그의 음악에 대한 비평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새턴링즈//사명을 받은 곳은 아니지만 국내 최고의 라디오헤드 팬페이지에 엄연히 올려져 있는 해석이고, 그것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일말의 책임을 회원님들이 가져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에 있는 수많은 자료들에 대해서 일일이 검토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기왕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에 대해서 회원님들이 방어적이 태도로 일관한다면 폐쇄적인 공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비판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집단이 잘되는 경우는, 저는 거의 못 봤거든요.

저의 글이 다분히 시비조였다면(지금 보니 충분히 그렇게도 보일만 하군요)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만, 비판에 대해서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따지는’ 태도로 읽으시는 건 조금 불쾌하네요.

그리고 님이 찾으신 해석은 아쉽게도 저의 해석보다는 기존의 해석들과 더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으니 일단 제가 한 해석을 올려보겠습니다.

a heart that's full up like a landfill
쓰레기 매립장처럼 (쓰레기 같은 것들로) 가득 찬 마음
a job that slowly kills you
당신을 천천히 죽여가는 직장
bruises that won't heal.
낫지 않을 상처들.
you look so tired and unhappy,
당신은 너무나 피곤하고 불행해보여요.
bring down the government,
정부를 타도해요(전복시킵시다).
they don't, they don't speak for us.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말하지 않거든요.
=>여기까지는 비슷하게 해석됩니다. 하지만 they don't이 두 번 들어간다는걸 강조하고 싶군요. 정부(국가)와 같은 거시권력은 결코 개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지요. 그들은 권력을 가진자들이나 대변하지, 결코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I'll take the quiet life
나는 조용하게 살아가겠지.
=>조용히 살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조용한, 다시 말하면 변화 없이 따분하고 지루한 미래에 대한 추측으로 해석했습니다.
a handshake with carbon monoxide.
일산화탄소와의 악수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한데요. 자살, 흡연... 어쨌든 ‘죽음’의 이미지를 풍긴다는데는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저는 윗행과 연결해서, 그런 지루한 삶을 살다가 아무런 의미없이 맞는 죽음을 뜻한다고 봅니다. 별일 없이 그냥 그냥 늙어가다가 어느새 차갑게 식어가는거죠. 시체처럼.
with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silent, silent.
조용히.
=>이렇게 죽는다는 얘깁니다.

this is my final fit, my final bellyache
이건 내 마지막 발작, 나의 마지막 불평이에요.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불안도 없고 놀라움도 없이,
=>그런 죽음에 대한 마지막 저항입니다. 여기서 no alarms and no surprises는 반어법으로 쓰였다고 봐야겠죠. 이런 삶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입니다. ‘불평’이잖아요? 이런 삶이 싫다는 겁니다.
please.
제발.
=>벗어나고 싶단 소립니다.

such a pretty house, such a pretty garden.
이렇게 예쁜 집, 이렇게 예쁜 정원.
=>‘홈, 스위트 홈’의 이미지. 서구 사회에서 이상시 되는 가정의 모습들을 가장 단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메리칸 뷰티’같은 영화를 떠올려보세요.) 이런 환경이 주는 건 고작 ‘가짜 행복’입니다. 평온해 보이지만 온전한 개인이란 온데간데없죠. 집과 정원만 남았네요.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please.


이렇게 구구절절이 쓰는 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미리 오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써봤습니다. 님께서 찾아보신 해석 중 그나마 또치님 해석이 표면적으론 저의 해석과 가장 비슷한데, 그분의 해석을 찾아보니 저와는 방향이 좀 다르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그분의 해석 밑의 말이 당췌 이해가 안 되네요. 저는 you란 리스너 일반으로 해석했습니다. ‘내가 못하니깐 제 삼자인 '너'를 통해서 얻고자 했던 행위가 아닐지...’ (http://www.rhkorea.com/bbs/zboard.php?id=rhsclyrics&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또치&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9) 내가 못한다라는 대목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여기서 you는 두 번 나오는데, 직장이 당신을 죽이지 못할 거란 말인지, 당신은 안 피곤하고 안 불행하다는 건지?

저는 사실 영어문법에 특출나게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문법을 중시하지도 않구요. 그렇다고 가사해석을 그냥 막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작사가가 쓴 가사의 의미가 있을 테고, 모국어였다면 없었겠지만 외국어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역이 있다면 수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입이라,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게 오역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요? 그 때의 가사해석도 인정해야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는 과연 우리가 듣고 있는 게 뮤지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 ‘음악’이 맞는 걸까요? 그냥 리스너가 그 순간 듣고 즐거웠다면 그걸로 땡이다, 라는 얼치기 효용론을 펴신다면, 저도 더 이상 할 말은 없구요.

님이 제 주장에 동의를 못하신다면,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네요. 제 논지가 부족했던 탓이겠지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거나. 다른 이유 때문에 제 주장을 거부하시는 거라면, 정중히 그런 태도를 버리는게 앞으로 토론하시는데에 도움이 될꺼라 조언해 드리겠습니다.

wud//철부지 없는 글에 친절한 리플 고맙습니다.

결빙//input과 output으로 해석하는 방법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이너한 감수성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말하기엔 너무 큰 주제라 패스하겠습니다. 나중에 가능하다면 다른 기회에 좀 더 논해보도록 할게요^^;
rhkorea의 책임에 대해선 새턴링즈님에 대한 답변을 참조하십시오. 팬페이지의 역할 역시 더 논해볼 수 있겠네요. 분명한 건 그 해석이 ‘기본적으로’ 이 팬페이지에 게제되어있고, 그런 이상 정당한 반박이 있다면 적절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전 그 정도가 팬페이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구요.

Belle&Sebastian//캐서린//‘ㅎㅎ’나 ‘웃기다’같은 리플을 달면서 어떤 대꾸를 바라신건 아니죠?

elec//수능 공부 열심히 한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 수능이야말로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시험중 가장 빌어먹을 시험제도 중 하나라고 봅니다. 수능이 요구하는 인간형이라는게... 이 이야긴 논점에서 벗어나니까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수능친지 꽤 돼서 생각도 잘 안나는 표현론이니 반영론이니 효용론이니 용어까지 써 주셔서 친절하게 답변해 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수능공부를 한참 하시거나 하셨나보네요.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한건 저보다 오히려 님이 아닌지요? 좀 더 공부하시다보면 그런 구분이 얼마나 웃긴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참고로 효용론만을 가지고 학적으로 들이대면 요새는 뺨 맞습니다^^;;

또 하나. 님에게 고맙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없었으면 그저 실망만 안은 채로 이 공간을 잊어버렸겠지만, 마지막 문장하나가 이 글을 쓰는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었거든요. 다시 한 번 저의 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이 정도면 논증이면 괜찮나요?

상Q//아이쿠, 월척이네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었으니 베드로도 부럽지 않겠군요.

Tabitha//리드//Belle&Sebastian님과 캐서린님에 대한 답변을 참조하세요.





제 해석만이 타당하다고 우기진 않겠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별다른 저항의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노랠 반자본주의적으로 읽으라고 강요하는 게 얼마나 폭력적일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냥 그렇게 사십시오. 올더스 헉슬리가 75년 전에 그린 ‘멋진 신세계’에서 ‘자본주의’란 ‘소마’를 복용하시는 그 세계는 어떻게 좀, 행복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