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선 간혹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의외로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질문은 아니다.
그것은 대체로 나 자신에 대한 물음들이다.

더군다나 나 혼자 술을 마실때는

자리의 막바지에 와선 항상 물음표의 공격에 시달리게된다.
느낌표가 와서 구해줄법한 시간만큼이 지나도
나는 늘 물음표의 군중에 휩싸인 채 잠에 빠져든다.

그러니까 너는, 말야. 왜 사는거니?

'왜'와 '사는'과 '거니'와 한마리의 '물음표'가
테러리스트로 무장하는 동안 나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왜'가 45구경 매그넘을 내 관자놀이에 정확히 겨냥한다.

대답해봠마. 넌 언제든 죽을 용의가 있잖아?
산다는건 말야. 애보기와 같아.
신호가 올 때마다 너는 그저 뛸 뿐이지.
순간만 달래주면 되는거야. 그러면 곧 평화가 찾아오지.
하지만 넌 안심할 수 없어.
그게 또 큰소리로 앵앵거릴테니까. 불안할거야 넌.

잠자코 '왜'의 말을 듣고 있던 물음표가
그의 총을 뺏어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나는 고목처럼 스러져 습기없이 바삭한 시체가 된다.
핏방울이 나던 곳에서는 진분홍의 맨드라미들이 밭을 이루고
나의 영혼은 그것을 한다발 따다가 내 시체가 옆에 놓는다.

잘 있어. 그동안 수고했어.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면 나는 홀가분해진다.

오늘도 고통스러운 잠이다. 곧 죽겠지. 다시 살아나면 내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