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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의 비밀
집에는 오래된 책꽂이가 하나 있다.
아쉽게도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꽉 채워지지 않아서
나이를 티 내려는 것도 아니고 꼭 이빨빠진 노인네처럼 보인다.
내 방에 있는 책들을 헤아려보니
반 정도 빼내서 거기에 채워넣으면 되겠다 싶었다.
토요일 오후, 대공사의 시작이었다.
나는 헐리웃 모험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집게손가락으로 진열된 책등을 옆으로 쭉 훑고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뽑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연립주택 주제에 벽 뒷면에 비밀방을 설계해놓는 따윈, 없을 것이었다.
몇달 전 새로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은 바리데기를 꽂는것을 끝으로,
책장 정리의 대단원이 막내렸다. 실속없는 짓이었지만
할아버지께 비싼 틀니를 선물하는 것만큼이나 뿌듯했다.
도대체 왜 책을 옮겼던 걸까.
덕분에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안방과 연결된 베란다까지 걸어가야하는 수고를 달게 되었고,
내방의 인테리어란 것 역시 엉망이 되었다.
사실, 나는, 비밀의 방을 원했던 것일까.


댓글 4
\"담덕\"님인데...후후
다행히(?) 아무일도 안 일어났지만.... 음, 모르죠. 혹시나.
안보는 책들이긴 했지만 상당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었던게 사실이에요.
숨겨진 코드.. 푸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