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글을 남겼다.

"여러분의 조언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조언을 듣고 수정 작업을 거친 결과물들은 처음보다 더 나아져 있더군요.
하지만 가끔 수용하기 힘든 조언을 들을 때가 있는데,
이 때 마다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이 조언을 수용하자니, 제가 생각했던 컨셉에서 너무 어긋나는 것 같고,
이 조언을 거부하자니, 제게 조언을 해준 분께 실례가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직 초급 과정인 제가 조언을 수용하지 않고 제 멋대로 작업을 진행했다는 사실로 인해,
다른 분들이 저를 거만하게 여기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될까 두렵습니다."

위의 글은 내가 썼던 글 중에 한 단락을 대강 기억나는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사실 나의 글은 이런 저런 잡다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 없이 난잡하게 휘갈겨 놓은 상태였고,

글의 주제는

"처음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사실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렇게만 쓰기에는 좀 거시기 하네요.
뭐, 그냥 닥치는 대로 아무 말이라도 써서 페이지를 채우는게 예의겠죠?"

였다.

그런데 유독 위의 한 단락이 문제시 되었고, 꽤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조용하던 그 게시판의 역사는 내가 출현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줄줄이 달리기 시작한 댓글들과 내가 읽기를 바라며 작성된 새 글들.

디자이너의 마인드, 독창성과 대중성의 대립에 대한 고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다들 내게 교훈을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굉장히 신나 보였다.

자신이 아는 것들, 배운 것들을 내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나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답변은 해주자.

나의 답변에 대해 또 다시 이어지는 교훈적 내용이 가득한 반문들.

그래도 나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또 다시 이어지는 반문들...

아니,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양반들이.

꽥, 하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니,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잖아요.

내가 어떤 사람의 의견을 무시했을 때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는 그 사람,

그 사람과 나와의 불편해질지도 모르는 관계에 대해서요.

근데 이건 뭐래요?

무슨 디자인의 본질이 어쩌고, 목적이 어쩌고, 대중이 어쩌고.

그만 합시다, 제발.



-------------------------------------------------------- 절 취 선 --------------------------------------------------------



아직까지도 이 때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글 쓰기가 무섭다.

혹시라도 꼬투리 잡힐까봐.

지금 세상은, 개도 조심해야 되고, 소도 조심해야 되지만, 말도 조심해야 된다.

여러모로 조심해야 될 것이 많은 세상이다.



시덥잖은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는 순간,
아래 마군님의 게시물과 관련해서 괜한 망상이 스치고 지나가네요.
저는 친절하면서도 소심하기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아래 게시물과는 어떤 연관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