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살과 스물네살은 병원에 다녀왔다.

일흔일곱살은 다리를 약간 전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대한민국 육군 용사였기 때문이다.
다리에 아직도 총알이 박혀있다.
그래서 느릿 느릿 걷는다.

언제부터였을지
스물네살은 짐작도 못하지만
일흔일곱살의 시간도 역시 느릿 느릿 지나가는 듯 하다.

쉰다섯살들의 억척스러운 시끄러움도
스물일곱살의 빤쮸가 보일랑말랑하는 핫바지도
비가 주룩주룩 오는 풍경도
일흔일곱살의 곁에서 스물네살은 정지된 화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일흔일곱 해의 세월도
결국 찰나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여자를 사랑하고 한때는 자식 탄생의 기쁨도 느끼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내일을 다짐했겠지.
그런 하루하루 헤아리지 못했던 시간들이ㅡ
지금은 서두르길 원하는 간호사의 짜증과
갈 수록 무거워져가는 약봉지와
횡단보도를 파란 신호등이 켜진 시간 내에 미처 다 건너지 못하는
노쇠함으로 귀결되버리고 말았다.

그런 일흔일곱살의 삶의 무게가...
스물네살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