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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녹이 슨...
집에 있는 동안은 정말로 할 일이 없다. 그저 TV를 보는 일 밖에는. 이 마저도 저녁이 되면 부모님께서 주무셔야 된다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으니, 밤을 즐기는 나로써는 답답한 일이다. 밤 공기를 마시기 위해 현관 문을 여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밤에 내가 머무를수 있는 곳이라곤 그저 내 방 뿐... 할 일을 찾아 헤매다가 책장에 꽂혀있는 만화책과 잡지들 사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고등학교 동아리 시절에 만들었던 회지와 오래 전 내 연습장과, 일기장과... 러브 레터를 쓰기 전 연습 삼아 써 본 종이 쪼가리, 그리고 사진들이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들여다 보았다. 옛 일이 새록 새록 떠오름과 동시에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이든, 싫었던 기억이든, 추억이 되어 돌아온 옛 기억들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그린 그림들... 우스꽝스러운 옛 그림들이다. 예전엔 내가 그린 이 그림들을 '최고'라고 생각했던 사실이 떠올라 괜시리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엔 무엇보다 소중히 간직했던 꿈들이... 이젠 지나가버린 하룻밤의 꿈. 그 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말이다. 사람은 항상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지나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의 꿈과 기억들은 지나치고 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변해버린다. 지나가버린, 지나쳐버린 나의 옛 꿈들도 어김없이 추억이 되버렸다. 추억... 누구든 간직하고 있을 평범한 것이기에 어쩐지 서글프다. 내가 소중히 간직했고, 그리워 했던 꿈에 비해, 이 추억이라는 것은... 너무 보잘것 없는 댓가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댓글 9
지금까지 했다면;;; 잘했을까요;;;
다만, 저는 지금까지 했더라도 엉망이었을 거라 확신하고 있지요.
추억으로 간직하길 잘한걸지도 몰라요. [아닐지도. 그럴지도.]
가끔 생각나면 슬퍼요.
굳고 녹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