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의 스위치를 가볍게 건드려 불을 밝힌다. "RADIOHEAD"의 앨범을 찾아 MD 플레이어에 삽입한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소리가 모아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을 꺼내어 페이지를 넘긴다. 50 페이지 가량을 읽은 뒤, 이어폰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살며시 비튼다. 거실로 나간다. 맥심 커피 믹스 두봉지를 뜯어낸 뒤, 그것을 고스란히 컵에 쏟는다. 나는 자취 생활을 하면서, 가져간 컵들을 모두 깨트렸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E-마트에서 2,000원 짜리 머그잔 두개를 구입했었다. 바로 그 컵이다. -컵의 앞과 뒤에는 "Miffy"라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내고, 티스푼으로 여러번 원을 그어본다.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현관에 이르면, 나는 매우 신중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현관에 설치된 생체 반응 자동 탐지 센서 시스템 조명 기구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그 것이 온도-사람의 체온-에 반응하여 작동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것은 온도가 아닌 '움직임'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었고, 내가 이 사실을 알게된 것은 불과 몇주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구가 작동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 바램대로 그것은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방 문 앞에서 멈춰선다. 문고리를 잡아 살며시 비튼다. 그와 동시에 잠금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하면 버튼을 누를때의 둔탁한 소음을 피할 수 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아까의 자리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 상태로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키보드의 자판을 하나씩 떨어트린다. 의미없는 글들이 화면에 옮겨진다.



그 것과는 별도로... '밤'이라는 존재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