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제발 내버려 두시오!\" 라고 외치는 빈디시와 좀머씨
콘트라베이스를 사랑하다가도 미워하는 짝사랑의 중년단원
비극적으로 태어나 비극적으로 끝나는, 25명의 소녀를 죽인 장본인 그르누이.
비둘기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좁은 방의 아저씨
\"당신은 깊이가 없어요\"라고 남생각 않고 던진 사람들의 한마디에 충격받고 자살한 예술가
소위 \'정석\'이라고 말하는 방법을 무시하고 자신감 있게 체스를 두던 알수없는 청년
지구가 돌조개로 변해 멸망할 것이라며 살짝 현대인들을 비판한 장인 뮈사르
라이터와 보도와 치고이너와 로시니와 발레리와.. 수없이 꼬였던 하룻밤,
그리고 \'만족스럽게\' 해결됐다는 내일의 \'로시니\'까지ㅡ

처음 쥐스킨트 문학을 접한 건 중학교 2학년, <비둘기>의 앞표지를 통해서였다. 짧게 소개된 그의 약력은 \'정말\' 소설이었다! (물론 러브크래프트나 살만 루시디만큼 파란만장하진 않지만) 지극하게 은둔생활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언론에 발설하면 가까운 친척이라도 줄을 끊어버린다는 그의 폐쇄적인 성격은 밑의 소설들을 읽지 않아도 내용들이 파악될 정도로 확실했다.
그의 문학작품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신경쇠약\' 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듯이 뭔가에 심하게 뒤틀리거나 신경질적이며, 혹은 절망한다. 이런 인물들의 모습은 패쇄적인 현대인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글을 쓴 것처럼 긴 장문의 특수한 독백을 남기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행동을 불러일으켜 독자들에게 조용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그런 재미들은 은근하게 읽는 독자의 성격과 일치되고 비교되면서 머릿속에 연극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직접 연기하기를 요구한다. 다행히 <향수><좀머씨이야기> 빼고는 모두 연극적 특성이 강하다. 몇가지로 한정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오르막길의 갈등을 이끌다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엉뚱하게 해소되는 그만의 \'형식\'이 그것이랄까. 범인을 찾는 스릴러나 공포영화보다는 쥐스킨트식의 결과를 찾는 스릴러가 더 흥미롭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