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를 보니?\" 같은 질문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글쎄. 책을 처음 접한 건 아마, 웅진에서 출판한 \'과학앨범\'을 통해서일 것이다.
뭐, 전에도 아버지,어머니가 소리내어 읽어주시던 동화책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도중에 잠에 빠져든게 대부분이고, 내 의지완 상관 없는 강제적인 독서였으니까,
아니, \'독서\'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해야하는게 옳겠다.
과학앨범은 말 그대로 전반적인 과학, 물화생지에서 아주 기초적인, 정말 습자지적인
지식들만 모아서 많은 사진들의 첨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70권가량의 책자다.
그 당시에는 마음속으로 글읽기가 힘들었으므로 모든걸 소리내어 읽어야만 했다.
\"청달팽이가!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뭐 대충 이딴 식으로 외치기에만 바빴었다.
내용에 포함된 의미는 죄다 무시한채로 말이다.
다만 내가 책을 읽으며 신기해했었던 것은 한쪽 귀퉁이에 크게 박힌 사진이랑
한글자씩 독립된 글자들이 모여서 소위 \'말\',\'문장\'이 된다는 것이었을뿐,
달팽이가 어떻게 짝짓기를 하고 뭘 먹으면 어떤 똥을 싸고는 내 눈에 전혀 들어오질 못했었다.
다른사람한테 \'책을 읽는 이유가 뭐야요?\'하고 질문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재밌잖아요.\"(이런 경우는 한대 때려주고 싶은)나
\"책 속 주인공을 통해서 또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나 자신 밑에 또다른 밑거름을 심어준다\"
뭐 대충 이런 식의 대답들을 많이 하더라ㅡ 하지만 난 조금 다르다.
난 책을 \'문장\'을 통해 \'영상\'을 꾸며내고자 읽는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희뿌연 보랏빛 안개가 부드럽게 날갯짓하며 내려앉았다\' 라는 문장이 있으면,
두세번씩 곱씹어보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구현해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ㅡ어찌보면 굉장히 값어치 없는 짓을 하는거라고 나 자신은 생각하고 있지만ㅡ
그러다보니 책 자체의 내용을 심하게 왜곡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 \'일본은 없다\'라는 작품말이구나. 그거 젊은 기자와 술집 마담에 대한 에세이잖아\"
내용을 까먹고 인상 깊은 문장은 기억하고 뭐 그런식이라고 하겠다.

PS.
너무 소설과 시만 읽은 탓도 있겠다 싶어서, 다음학기부터는 도서관을 빨빨거리며
인문이나 사회과학계열의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ㅡ건축역학이런건 너무 어려우니 재끼고.